KITCHEN TABLE

겨울 보약,  늙은호박

동장군에 맞서 겨울을 나려면 몸보신이 필요하다. 늙은호박은 몸보신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먹거리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는 누렇게 잘 익은 늙은 호박을 툇마루에 쌓아두고 겨우내 즐겼다. 배고팠던 시절에는 구황작물 역할을 톡톡히 했더랬다. 호박은 꽃, 이파리, 열매. 씨앗까지 버릴 것이 없는 귀한 식재료이다. 그래서 더 억울하다. ‘호박 같다’거나 ‘호박씨 깐다’는 말에는 도무지 귀함이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씨가 잘 여문 호박에 대한 대접도 박하다. ‘늙은’ 호박이란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 겉이 노랗고 단단한 호박. 달큰한 맛을 가진 이 호박의 정식 명칭은 늙은호박이 아니라 ‘청둥호박’이다. 생긴 것이 맷돌처럼 둥글납작해서 ‘맷돌호박’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우리 입에 붙은 이름은 ‘늙은 호박’이다.
늙은 호박에선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호시골집 담벼락 아래엔 어김없이 둥글둥글한 호박들이 널려 있었다. 병충해가 적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놈이라 따로 호박밭을 두고 가꿀 필요도 없었다. 담장 아래에 씨를 뿌리고 잊은 채 있어도 제가 알아서 넝쿨이 쭉쭉 뻗어나갔다. 호박밭을 따로 두고 가꿀 필요도 없었다. 따지 않고 늦가을까지 두어도 시들지 않고 오히려 씨가 여물고 겉이 단단해진다. 보존성이 높아져 겨울을 나는데 더없이 좋은 먹거리가 되었다.
호박은 호박잎과 줄기는 물론이고 여문 호박 속 씨까지도 다 챙겨먹는다. 이런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면 이만한 행운이 또 없다. 신데렐라의 마차도 호박마차였던 것을 보면 서양에서도 호박은 행운의 상징이었다.

늙은호박의 영양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뛰어나 과육부터 씨까지 버릴게 하나도 없는 늙은 호박은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식에 포함되었다.
동의보감에서도 늙은호박의 영양에 대해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며 오장을 편하게 하고 산후 혈전통을 낫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혼백을 밝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비타민의 공급원으로 요긴해 ‘동짓날 호박을 먹으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늙은호박은 대표적은 옐로푸드이다. 늙은호박이 띠는 노란색의 정체는 천연색소인 카로티노이드 화합물이다. 베타카로틴 함량은 호박의 속살이 진할수록 높다. 베타카로틴은 대표적인 항산화물질로 혈전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심근경색의 위험을 낮추고, 당뇨병, 피부미용 등에도 효과적이다. 늙은호박에는 베타카로틴이 단호박이나 적색 파프리카보다 월등히 높게 함유되어 있다.

 

칼로리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제격 호박은 늙을수록 당질의 함량이 많아지는데 늙은호박의 당질은 애호박의 두 배가 넘지만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늙은 호박의 칼로리는 100g당 27kcal로, 다이어트 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감자(55kcal), 고구마(128kcal)에 비해서도 칼로리가 낮다.
부기를 빼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산모가 아기를 낳은 후에는 꼭 늙은호박을 고와 그 물을 마셨다. 호박이 든 음식을 많이 먹고나면 화장실에 자주 가고 싶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호박에 많이 있는 식물성 섬유 ‘펙틴’이 이뇨작용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몸속에 과도하게 쌓인 수분과 노폐물을 빼냄으로써 부기를 가라앉히는 방식이다.
소화가 잘되어 위장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 환자에게도 좋다. 호박속의 칼륨 성분은 나트륨을 배출시켜서 고혈압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혈액투석 중인 만성신부전 환자에겐 늙은 호박을 많이 먹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칼륨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박을 먹는다고 무조건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호박은 과채류 중 감자, 고구마, 콩 다음으로 녹말 함유량이 높다. 열량도 높은데다 소화 흡수가 잘되는 당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시 세끼 밥 먹고 호박까지 챙겨먹으면, 원치 않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다.

 

호박죽

재료 : 늙은호박 500g, 삶은 팥 1/2컵,
불린 쌀 1컵, 찹쌀가루 1컵, 소금·흑설탕 약간


만드는 법
1. 호박은 속을 파고 껍질을 벗긴 후 잘게 썰어준다.
2. 냄비에 호박과 물을 넣고 푹 끓이다가 주걱으로 으깨면서 불린 쌀을 넣고 끓여준다.
3. 2.에 어느 정도 쌀이 익으면 찹쌀가루를 넣고 끓이다가 익은 팥을 넣어 주고 익힌다.
4. 3.이 다 익으면 소금과 흑설탕으로 간을 해준다.



호박 퓌레 팬케이크

재료 : 밀가루 1컵, 우유 1컵, 설탕, 소금, 버터 2큰술, 달걀 1개, 늙은 호박 퓌레 3큰술, 크림치즈 1큰술, 메이플시럽, 견과류

만드는 법
1. 볼에 밀가루를 넣고 달걀과 섞으면서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다.
2. 우유와 버터는 중탕해서 1과 섞는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반죽을 한 국자 떠서 넓적하게 펴서 지진다.
4. 앞뒤로 노릇하게 부친 팬케이크는 접시에 올려서 식힌다.
5. 식힌 팬케이크 사이에 퓌레와 크림치즈를 얇게 펴 바른 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다.
6. 모양이 잡힌 펜케이크 위에 메이플 시럽과 견과류 등을 뿌려 장식한다

* 호박퓌레 만들기
늙은 호박의 속과 씨를 긁어낸 후 껍질째 오븐에 넣어 200도에서 30~40분 정도 푹 익힌 후 으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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