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으로 보는 역사

맹물에서 다시 맹물로

돌고 도는 음료시장
탄산음료의 탄생, 사이다와 라무네

“여름 음료 중에서도 사이다와 시트론 라무네 가튼 탄산 것을 어름으로 차게 하야 한곱보 마시는 맛은 입 속으로부터 가슴으로 머리까지 일시에 시원한 맛이 돌아 가장 환영을 받는 것이겠습니다.” (1932년 7월 13일 동아일보 기사 ‘여름철음료수 탄산수 마실 때>)
-1932년 7월 13일 동아일보에 실제 게재된 기사-

서양에서 만들어진 탄산음료는 일본을 통해 20세기 한국에도 전해졌다. 기껏해야 물이나 차를 마시던 한국인에게 설탕과 탄산을 넣은 청량음료는 위 기사에서 표현한 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탄산음료의 상징은 바로 ‘사이다’와 ‘라무네’ 였지만 지금 우리에게 라무네는 사라지고 사이다만이 남았다. 이제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사이다라는 이름은 서양의 사과술(cider)에서 왔다. 일본에 잘못 전파된 이름이 한국에도 전해진 것이다. 라무네 역시 레모네이드가 일본에 잘못 전파된 것이다.

1933년 발행된 인천부사(仁川府史)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처음 만들어진 탄산수 제조회사는 1905년 2월 인천시에 일본인이 세운 ‘인천탄산수제조소’라는 사이다 제조회사라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한국 음료회사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1950년 세워진 동방청량음료의 ‘칠성사이다’다.

칠성사이다는 동방청량음료 창립자 7명의 이름이 달랐던 것에서 착안해 ‘칠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곱 개의 성(姓)이 일곱 개의 별(星)으로 바뀐 것이다. 동방청량음료는 1964년 ‘서울사이다’를 만들던 서울청량음료를 인수하고 서울 지역 1위 사업자가 됐다.
1967년 코카콜라가 동양맥주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하고(한양식품공업) 펩시콜라가 동방청량음료와 손잡고(한미식품공업) 들어오면서 한국에서도 코카콜라 vs 펩시콜라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때부터 시작된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의 파트너 관계는 칠성한미음료가 1974년 롯데에 인수된 이후로도 이어졌다.

청량음료 시장은 우리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더욱 커졌다. 1984년 이미 우리나라 가정 냉장고 보급률은 76%에 달했다. 이렇게 되면서 탄산음료 구매해놓고 집에서 즐기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은 점차 청량음료를 넘어 다른 음료로까지 넓어졌다.

주스, 스포츠음료 넘어 다양성의 시대로 청량음료 중심이었던 우리나라 음료 시장은 1980년대 들어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주스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1975년에는 해태가 선키스트, 1982년에는 롯데가 델몬트와 손을 잡으면서 오렌지주스 시장이 열렸다. 당시에 오렌지주스는 방문판매를 통해서 판매되었는데 오렌지주스가 담겼던 유리병은 가정에서 다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우리에게 추억이 된 ‘따봉’ 광고는 롯데가 유리병이 아닌 페트병에 주스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내놓은 광고다.
프로스포츠 및 레저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스포츠음료도 등장했다. 프로야구의 출범과 88올림픽의 영향이다. 1987년 동아식품의 포카리스웨트, 제일제당의 게토레이가 나왔고 롯데칠성에서도 1991년 마하쎄븐이라는 음료를 내놓기도 했다. 마하쎄븐은 결국 실패했고 대신 게토레이가 2001년 롯데칠성의 품에 안겼다.

청량음료 중심이었던 우리나라 음료 시장은 1980년대 들어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주스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1975년에는 해태가 선키스트, 1982년에는 롯데가 델몬트와 손을 잡으면서 오렌지주스 시장이 열렸다. 당시에 오렌지주스는 방문판매를 통해서 판매되었는데 오렌지주스가 담겼던 유리병은 가정에서 다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우리에게 추억이 된 ‘따봉’ 광고는 롯데가 유리병이 아닌 페트병에 주스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내놓은 광고다. 프로스포츠 및 레저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스포츠음료도 등장했다. 프로야구의 출범과 88올림픽의 영향이다. 1987년 동아식품의 포카리스웨트, 제일제당의 게토레이가 나왔고 롯데칠성에서도 1991년 마하쎄븐이라는 음료를 내놓기도 했다. 마하쎄븐은 결국 실패했고 대신 게토레이가 2001년 롯데칠성의 품에 안겼다.

1990년대 이후 음료 시장의 제품군은 더 다양해졌고 유행은 더 빨리 바뀌었다. 1991년에는 롯데칠성이 레쓰비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캔 커피 시장이 열렸다. 1993년에는 홍차음료 실론티와 비락식혜가 히트를 기록하면서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했다. 1997년에는 매일유업 카페라떼가 나와 컵 커피 시장이 캔 커피 시장과 함께 고속 성장하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2% 부족할 때와 아침햇살이 히트 음료였고 2003년에는 감귤주스와 가수 이효리가 광고한 망고주스가 인기를 얻기도 했다. 2004년에는 광동제약의 비타500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2005년에는 남양유업이 내놓은 차음료 ‘몸이 가벼워지는 17차’가 혼합차 음료 시장을 열었다. 2010년 들어서는 레드불, 핫식스 등 에너지 음료가 유행하기도 했다.

편의점은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큰 기여를 했다. 골목 곳곳에 위치한 편의점마다 거대한 냉장고에 수많은 음료수들이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 출시한 망고주스.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이효리가 모델로 등장했다.

최근 음료시장의 트렌드는 건강과 천연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계속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점점 설탕, 인공첨가물을 피하고 자연에 가장 가까운 제품을 찾고 있다. 주스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즙주스에서 시작한 주스 시장은 무가당 100% 주스에서 냉장유통주스로 흘러갔고 요즘은 과일을 그대로 짜낸 착즙주스를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탄산음료도 탄산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탄산수나 칼로리가 적은 제품이 인기다.
그래서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음료시장에서 생수(먹는 샘물)의 등장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수시장은 2018년 이미 주스시장을 제쳤고 2021년에는 커피시장까지 제쳐 탄산음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음료군이 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음료 회사들이 생수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한국인이 탄산음료라는 신문물에 매료되었던 것이 100년 전인데 이제는 그것을 버리고 다시 물을 마시고 있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일까.

사진출처 : 롯데칠성음료 60년사 1950/2010,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글 : 이덕주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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