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당류 저감을 넘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

파리바게트로 더 많이 알려진 SPC그룹은 1945년 상미당으로 시작해 연매출 6조 원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적극적인 R&D 투자로 성장을 견인해 온 SPC그룹은 2005년,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서울대에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특히 2013년 제빵업계 최초로 ‘무(無)설탕 식빵’을 출시하여 화제가 되었다. 특수공법으로 설탕 없이도 식빵을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맛을 보강하여 2018년 무설탕 멀티그레인 식빵을 시장에 내놓았다.

글 이슬비
촬영 김재룡

제과제빵의 원천기술 개발 및 보유

SPC그룹 산하의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는 제과제빵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SPC만의 독창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연구소이다. SPC만의 독창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소, 순수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응용연구를 위해 설립된 연구소이다. 현재 2009년부터 서울대학교 내 SPC농생명기초과학연구동에서 산학협력 및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가품질 위탁검사기관으로 지정받은 공인시험기관이기도 하다.
2016년 정부의 1차 당류저감 종합계획이 발표되기 전부터 SPC그룹은 이미 무설탕 빵을 출시하여 ‘무설탕 식빵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여러 해의 시행착오를 거쳐 2013년 처음으로 무설탕 식빵을 출시했습니다. 당시 세계 시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설탕 빵을 개발한 곳이 없었습니다. 아마 SPC가 세계 최초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설탕에 대한 기준이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00g당 당 함량을 0.5g 미만일 때만 ‘무설탕’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당 함량을 상당히 까다롭게 제한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50g당 당 함량이 0.5g 미만이어야 합니다.”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 김정우 수석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런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당류저감’이나 ‘무설탕’이 ‘왜 어려울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당을 적게 사용하면 ‘당류저감’이고 설탕을 안 넣으면 ‘무설탕’이 아닌가.
이에 대해 김정우 수석연구원도 단순히 당류를 저감하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어려운 것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건강에 대한 인식과 달리 소비자 입맛은 여전히 단맛을 선호해

“모든 식품의 가장 기본은 ‘맛’입니다. 단맛이 빠지면 전체적으로 맛의 조화가 깨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덜 달다’라고 인식하기보다는 ‘맛이 없다’고 느껴요. 우리 연구소에서도 2013년 무설탕 식빵을 출시한 이래 2차례의 리뉴얼을 거쳤습니다. 소비자의 입맛에 부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입니다.”
소비자들은 머리로는 ‘당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건강에 안 좋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입맛은 여전히 단맛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빵은 주식이 아니라 ‘간식’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기 때문에 ‘달고 맛있는 빵’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하려면 무설탕 빵이라도 ‘맛있는 빵’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풍미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소의 역할이기도 하다.

발효 과정에서 당이 자연 발생해
무설탕 빵의 기준 충족 어려워
청량음료 등 다른 제품과 달리 빵의 경우 무설탕을 기술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 식품의 경우라면 레시피를 조절하거나 당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으면 비교적 수월하다. 그러나 빵은 당을 전혀 넣지 않아도 발효 과정에서 당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설탕을 넣지 않아도 이스트(효모)에 의해서 발효가 되는 과정에서 당이 자연적으로 생성됩니다. 가장 간단한 배합비인 바게트도 발효를 거치는 과정에서 100g 당 0.7~0.8g 정도의 당이 생겨나기 때문에 ‘무설탕 바게트’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이를 0.5g 미만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빵의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당을 제어해야 하고 설탕이 빠지면서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풍미까지 살려야 한다. 자연 발생하는 당을 제어하지 못하면 ‘무설탕’이라는 법적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무설탕 빵을 개발해 출시한 곳은 SPC가 유일하다.
“사실 저희도 처음에는 ‘당류를 저감해 보자’는 차원에서 연구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당류저감은 기존의 식빵에서 당 성분을 몇% 줄이는 수준이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왕 시작한 연구개발이니 ‘무설탕’에까지 도전해 보자고 목표를 상향조정하면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당 제어 기술은 국내 특허를 받았다. 빵을 만들 때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당을 제어하여 적게 발생하도록 하거나 이미 생성된 당을 다른 성분으로 전환시키는 기술이다. 이처럼 무설탕 식빵이란 단순히 당을 완전히 뺀 빵의 차원을 넘어선다.

당류저감, 무설탕을 위한 노력,
소비자 건강과 미래를 위한 투자

“당 자체가 나쁘거나 우리 몸에 무용한 물질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체 대사에 꼭 필요합니다. 다만, 과다섭취가 문제입니다. 설탕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일반 소비자의 입맛이 단맛에 길들여져 있잖아요. 저희 회사에서도 당 성분을 저감하되 풍미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개발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안 좋다고 인식하는 것들을 조금씩 제거하고 좋다고 인식하는 성분은 더해가며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설탕 식빵이 출시된 이래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지만 짧은 기간 내에 소비자층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장 소비자가 많이 찾는 제품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텐데 왜 굳이 ‘무설탕 식빵’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정우 수석연구원은 ‘소비자 건강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아직은 단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나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당의 과다섭취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자녀들에게 덜 달게 먹는 식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주소비자층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소비자들의 입맛에는 반드시 커다란 변화가 생겨날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해 입맛의 변화를 앞당기고 그에 걸맞은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SPC그룹. 소비자 건강과 입맛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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