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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줄이기

왜 이렇게 힘들까?

소금(나트륨)에 이어 설탕(당류)도 저감화의 대상이다. 우리는 소금과 설탕을 줄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듣지만, 짜기만 한 소금을 줄이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든지, 너무나 흔하고 먹다 보면 금방 싫증나는 설탕을 줄이는 것이 왜 그리 힘든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엉뚱한 비난을 하는 경우도 많다.

설탕은 16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에게 식품이라기보다 약품에 가까웠고 우리나라에서는 70년 전만 해도 구경조차 힘들었던 귀한 물건이었다. 과거에는 설탕 자체가 훌륭한 선물이었고, 물에 설탕만 타서 마시는 것도 나름 호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설탕은 비만과 당뇨 등 온갖 질병을 일으키고 건강을 해치는 주범의 하나로 지탄을 받고 있다. 그래서 식품에서 설탕은 숨겨야 하는 원료가 되었고, 맛은 있지만 달면 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설탕에 대한 비난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미국인의 설탕 소비량이 1970년부터 1985년 사이에 40%가 준 적이 있었다. 설탕을 만병의 원인으로 몰아가자 소비량이 크게 준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그 시기에 유아 비만율만 3배 증가하였다. 설탕 소비의 감소에 비례하여 과당의 소비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과당은 과일에 많은 천연당이라 좋다고 했는데 그런 설명이 완전히 무색해진 것이다.

그리고 설탕을 칼로리가 없는 감미료로 대체하는 노력도 사실상 거의 실패하였다. 지금 전 세계 감미료 시장은 설탕이 80%, 과당이 1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10% 정도만 칼로리 없는 감미료가 차지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식품 회사들은 무설탕 제품과 제로 칼로리 제품을 정말 많이 출시하였다. 단지 소비자들의 차가운 외면 속에서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사라져 버린 탓에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그나마 좀 오래 버티고 있는 것이 다이어트 콜라인데 1982년에 발매된 이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카페인 덕분인지 모른다.
당류저감화는 이론적으로는 정말 쉽다. 나트륨 저감화보다 더 쉽다. 혀에서 짠맛은 이온채널 형 수용체로 느끼는 것이라 그 통로를 통과하여 짠맛을 부여할 물질은 사실상 소금 말고는 없다.(칼륨과 리튬도 가능은 하지만 문제가 있음) 반면, 단맛은 GPCR(T1R2+T1R3)형 수용체라 상당히 다양한 분자가 결합할 수 있고, 당류보다 훨씬 강력하게 결합하여 강한 단맛을 내는 물질도 많기 때문이다. 이 단맛 수용체와 강하게 결합하는 물질 중에는 상대적으로 사용량이 대단히 작을 뿐 아니라 우리 몸에서 칼로리원으로 사용하지 않아 감미만 부여하고 칼로리는 제로인 소재도 많다.

이런 고감미 감미제로 처음 발견된 것이 사카린(saccharin)인데 1879년에 우연히 발견되었다. 1885년 이후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당뇨 환자에게 사용되다 금방 일반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1931년에는 천연 고감미제인 스테비아가 개발되었고, 1937년 사이클라메이트, 1965년 아스파탐, 1967년 아세설팜, 1976년 수크랄로스, 1996년 네오탐이 개발되었다. 스테비아는 설탕의 200배, 소마틴Thaumatin은 2,000~3,000배, 모넬린Monelin은 3,000배의 감미를 가지면서 천연이다. 그리고 아세설팜케이는 200배, 아스파탐도 200배, 수크랄로스Sucralose는 600배의 감미를 가지면서 합성이다. 이처럼 칼로리 없이 단맛을 내는 물질이 다양한데 왜 당류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인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지, 무작정 설탕을 나쁘다고 비난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설탕 자체가 나쁘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비과학적이고 어리석은 말이기도 하다. 설탕 자체로는 우리 몸에 전혀 소화나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탕은 원래 포도당 한 분자와 과당 한 분자가 결합한 분자이다. 다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가 되어야 흡수될 수 있다. 그러니 설탕이 나쁘다는 말은 포도당 또는 과당이 나쁘다는 주장이거나 둘 다 나쁘다는 주장인 셈이다. 사실 당부하와 인슐린 요동을 일으키는 것은 포도당이다. 과당은 당부하가 없어서 포도당보다 좋아 보이나 과당은 포만감을 주지 못하고 어차피 포도당으로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에 간에 부담을 준다. 과당이 나쁘다면 과일이나 꿀, 아가베시럽 등은 정말 나쁜 음식이 되고, 포도당이 나쁘다면 쌀, 밀가루, 감자, 고구마 등을 포함한 모든 전분질 식품은 나쁜 음식이 된다. 모든 전분은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흡수된다.

문제는 결국 양이지 그것이 포도당인가, 과당인가, 설탕인가, 유당인가 등 당의 종류는 문제되지 않는 셈이다. 실제 당뇨는 당류의 소비량이 아니라 비만율과 관련 있다. 설탕을 적게 먹어도 비만율이 증가하면 당뇨도 증가하고, 설탕의 소비가 많아도 비만율이 낮으면 당뇨도 적다. 설탕이 빵, 파스타, 감자 등 탄수화물 식품보다 혈당을 더 올리는 것도 아닌데 설탕만 비난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총 식사량을 조절하고, 적당히 운동하고, 생활태도를 조절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당뇨와 비만은 결국 과잉 섭취의 문제이다. 그런데 왜 칼로리 없이 단맛만 주는 감미료는 성과가 적은 것일까? 한마디로 우리 몸이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기 때문이다. 감미만 주고 칼로리가 없는 감미료는 우리의 욕망을 전혀 해결해주지 못한다. 단맛이 나지만 에너지가 없는 음식과 불쾌한 맛이지만 에너지가 많은 음식 중에서 뇌는 최종적으로 후자를 선택한다. 쥐에게 설탕(단맛+칼로리)과 덱스트린(칼로리)을 녹인 물을 제공하면 당연히 설탕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스파탐(단맛)과 덱스트린(칼로리)를 주면 처음에는 잠시 단맛을 선호해도 이내 칼로리를 선택한다. 심지어 덱스트린에 쓴맛 물질을 추가해 넣어도 마찬가지다. 단맛이 나고 칼로리가 없는 것보다 맛은 쓰지만 칼로리가 많은 것을 선택한다.
인간의 몸도 똑같다. 혀로 느끼는 것은 감미이지만 몸으로 느끼는 것은 칼로리이다. 설탕이든 밥이든 뱃속에 들어가 분해되어 포도당을 공급해야 만족을 하지 입안에서 단맛만 주는 것은 결코 만족을 주지 못한다. 우리 몸은 내장기관에 존재하는 감각세포를 통해 분해되어 흡수되는 포도당의 총량을 정확하게 감각하기 때문에 포도당을 제공하지 못하는 고감미 감미료는 만족감을 줄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수많은 다이어트 제품이 실패한 이유이다. 혀는 쉽게 속였지만 음식을 분해하여 흡수되는 칼로리의 총량까지 정확히 감각하는 내장기관과 세포의 감각까지 속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욕망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타협할까의 문제이지 전쟁을 통해서는 이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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