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

매운맛으로 부활하는 삼양식품,
글로벌 메가히트를 치다

1961년 설립된 삼양식품은 1963년 삼양라면을 생산하며, 국내 최초로 라면을 생산한 기업이 되었다. 1989년 우지파동 이후 심각한 경영난 속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창조적 경영혁신으로 국내 최초의 할랄 인증, 라면 업계 유일의 제분공장 운영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삼양 불닭볶음면의 메가히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원주와 익산에 각각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수출물량은 대부분 원주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라면의 원조, 불닭볶음면의 원조로 부활 삼양식품하면 ‘삼양라면’을 떠올릴 사람도 있지만 요즘 세대들에겐 단연 ‘불닭볶음면’이 먼저 떠오른다. 89년 우지파동 이후 침체되었던 삼양식품을 단번에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불닭볶음면 열풍은 2015년 ‘영국남자’라는 유튜버가 극강의 매운맛을 가진 라면으로 소개하면서 시작되었다. 현재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전역, 미주, 유럽 등 7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2017년 수출 1억 불, 2018년 수출 2억 불 달성으로 식품 업계 최초로 2년 연속 수출탑을 수상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전 세계에 한국 식품의 우수성을 알린 공적을 인정받아 ‘브랜드 탑’을 수상했다. 출시 7년만인 2019년 기준으로 누적 매출 1조원, 누적판매량 18억 개를 돌파하면서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매운맛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운맛, 닭, 볶음면의 황금조합을 찾아라 불닭볶음면에는 재미있는 탄생 비화가 회자되고 있다. 김정수 사장이 2011년 초 우연히 서울 명동의 매운 불닭 음식점 앞을 걷다가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고 강렬한 매운맛도 라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매운맛, 닭, 볶음면'을 모티브로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탐방하여 직접 시식하고 세계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매운 고추를 연구해 한국식의 '맛있게 매운 소스'를 개발해냈다. 하지만 출시 당시만 해도 매운맛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생길 거라곤 예상했지만 지금 같은 메가히트 제품이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출시 초창기에는 하얀 국물 라면 트렌드에 밀려 빛을 못 볼 뻔했다고 한다.

유튜브 덕에 대박을 쳤다?
현지인 입맛에 맞춘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성공비결
‘유튜브 덕에 대박을 쳤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제품이라도 5년 넘게 변함없이 사랑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이 6년째 돌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따로 있다.
우선, 2014년 라면 업계 최초로 KMF(한국 이슬람 중앙회)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수출 초기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해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살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여건을 발 빠르게 마련한 것이다. 2017년에는 인도네시아 MUI 할랄 인증을 받았고 2018년에는 아랍에미리트 ESMA 할랄을 추가로 획득하여 빠르게 성장하는 할랄 푸드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현재 할랄 인증 품목은 KMF 79종, MUI 27종, ESMA 7종에 이르며 앞으로도 품목수를 꾸준히 확대해 시장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또한, 해외 시장 소비자들의 입맛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불닭볶음면 소스를 활용한 후속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했다. 동남아를 겨냥한 ‘커리불닭볶음면’, 중국인 입맛에 맞춘 ‘마라불닭볶음면’이 대표적인 예다. 오리지널 제품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색다른 매운맛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소비자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2012년 오리지널을 출시한 이후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등 현재까지 총 11종이 출시되었다. 앞으로는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미주, 유럽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 입맛을 고려한 수출 전용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인기를 지속시키고 해외시장 확대 및 매출 증대를 위해 해외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오프라인 프로모션, 박람회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SNS를 통한 소비자 소통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라면 업계 유일,
제분 공장 운영으로 생산원가 절감
이후 삼양식품은 좀 더 욕심을 부렸다. 원하는 면발을 개발하기 위한 일념으로 라면 업계 최초로 제분업에 뛰어들었다. 현재로는 유일한 사례이다. 제분공장을 준공하고 라면의 원료가 되는 밀가루를 직접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했는데 면발의 품질 관리는 물론이고 생산원가도 크게 절감되었다. 삼양제분 공장의 연간 생산 케파는 7만 톤으로, 실제 생산량은 월 4,500톤(연간 5만 4,000톤) 정도다. 제분공장에서 생산된 밀가루는 전량 삼양식품 라면 생산에 공급된다. 또한, 스프를 생산할 때 사용되는 간장도 원주공장 내에 있는 장유공장에서 생산·공급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판매수익금의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2008년부터 관내에서 생산하는 삼양라면 1박스 당 400원씩을 적립하여 연말에 ‘천사기금’이라는 이름으로 후원하고 있다. 또한,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매년 모범적인 우수 인재를 선발하여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으며 장애인 자활 작업장을 비롯해 30여 복지시설에 정기후원도 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 삼양식품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굴곡도 있었다. 1989년 발생한 우지사건이 대표적이었다. 식품원료에 대한 이해부족과 왜곡보도로 삼양식품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사건 발생 12일 만에 보건사회부(현재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 ‘우지를 사용한 라면은 무해하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한번 무너진 이미지는 쉬이 회복되지 않았다. 우지사건은 무려 7년 9개월간의 법적공방을 통해 대법원으로부터 “보건사회부 산하 검역소의 식품검사를 받은 위생상 안전한 우지는 식용 가능하다”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라면의 원조‘로 불리던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을 회복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오랜 침체기 끝에 불닭볶음면으로 부활한 삼양식품. 우지파동 이후 심각한 경영난 속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았으니 가능한 결과였다. 실제로 1년간의 연구개발 기간 동안 매운 소스 2t톤, 닭 1,200마리가 투입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원주공장에는 스프공장, 장유공장, 스낵공장, 면공장, 제분공장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 필요한 용도의 제품을 연구개발·테스트를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자랑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해외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해 2023년까지 경남 밀양에 신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밀양 신공장을 수출 전진기지로 삼아 해외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삼양식품을 넘어 세계의 삼양식품으로서의 또 한 번의 도약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글. 편집실
사진. 정재혁

다른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