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으로 보는 역사

간식의 역사 사탕, 껌, 초콜릿, 젤리도 고령화 시대(?)

‘호랑이와 곶감’ 설화에는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곶감을 주는 얘기가 나온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을 달래기 위한 수단은 ‘단 음식’만한 것이 없다. 전통시대에 단 음식이란 곶감, 약과, 한과, 엿 같은 것이었다. 산업화시대에 들어와 설탕을 대량생산하게 되면서 인간의 ‘단맛’에 혁명적인 변화가 생겼다. 싸고 편하게 단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캐러멜과 젤리를 포함하는 사탕을 비롯해 추잉 껌과 초콜릿까지 더하면 아이들이 열광하는 ‘단 것’의 어벤저스가 완성된다.

일제강점기 이후 본격적인 과자 시장의 태동 다른 여러 식품과 마찬가지로 서양식 ‘단 것’들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드롭스(drops : 하드 캔디), 캐러멜, 초콜릿, 추잉 껌 모두 일제강점기에 이미 조선인들은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다만 이를 생산하는 것은 대부분 일본 기업이었고 조선은 소비 시장에 그쳤다.
그래서 해방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과자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일본인들이 두고 간 생산 시설을 불하받아 만들어진 기업이었다.
지금의 오리온인 동양제과는 일본의 과자 회사인 풍국제과, 해태제과는 영강제과가 모태다.

크라운제과는 1947년 만들어진 영일당제과에서 시작했고 롯데제과는 1948년 일본에서 설립된 일본 롯데제과가 1967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생겼다.
해태제과와 동양제과는 일본인들이 만들던 과자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 아이들이 좋아했던 과자는 그래서 연양갱, 밀크캐러멜, 드롭스 같은 것이었다.

40년대 연양갱과 50년대 밀크카라멜 연양갱은 일본의 전통 화과인 ‘요깡(양갱)’을 그대로 한국에 가져온 것이다. 1945년 해방 후 해태제과(당시 영강제과)가 만들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과자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처음 출시됐을 때는 이름이 ‘해태양갱’이었다.
해태제과가 연양갱이 주력이었다면 동양제과는 우유를 섞어 만든 캐러멜 제품인 ‘밀크카라멜’이 주력이었다. 정확한 판매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과거 신문광고를 보면 동양제과(당시 풍국제과)는 1953년 밀크카라멜을 생산하고 있었고 해태제과도 1955년 밀크카라멜을 판매하고 있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밀크카라멜은 1914년 나온 일본 모리나가제과의 밀크카라멜을 따라한 제품이다. 오리온은 1979년 아예 모리나가제과와 정식 기술제휴를 맺고 밀크카라멜을 만들기도 했다.

60년대 , 70년대 초콜릿 1960년대 들어 제과업계를 흔들어 놓은 메기가 등장한다. 일본 과자 시장을 평정한 롯데가 한국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롯데가 일본에서 가장 큰 성공한 제품군은 여럿 중에서도 ‘껌’이었기 때문에 롯데제과의 껌은 한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 최초의 껌은 1956년에 나온 해태의 껌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는 껌을 앞세워 캐러멜, 드롭스 등을 판매했고 곧 오리온, 해태와 함께 제과 3강을 구축했다. 롯데껌을 대표하는 제품은 1972년 출시돼 지금도 판매되는 쥬시후레쉬와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 3종이다. 롯데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껌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80년대 소프트 캔디, 90년대 마이구미 1988년 한국에는 소프트 캔디 시장에서 메가 히트 상품이 나온다. 바로 크라운제과의 ‘새콤달콤’이다. 1986년 나온 모리나가제과의 스틱형 하이츄를 따라한 제품이었지만 곧 어린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지금은 같은 회사에서 나온 마이쮸가 이 시장의 맹주다.

2000년대 이후 어른들 타깃의 과자시장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캔디시장 전체가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합계출산율이 1.5 이하로 떨어지면서 캔디류의 주 소비층인 아이들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2003년 417만 명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초등학생 수는 빠르게 줄어들어 2019년에는 274만 명까지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캔디 제품을 먹이지 않으려는 문화가 엄마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캔디류의 시장은 점점 좁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호올스(하드 캔디), 페레로 로쉐(초콜릿), 하리보(젤리) 같은 수입 캔디들도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과자 회사들은 삼중고에 처하게 된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의 캔디 시장은 하드 캔디와 추잉 껌 시장이 작아지고 젤리와 초콜릿 시장만이 성장한다. 어째서일까. 바로 캔디시장 소비자의 고령화(?) 때문이다. 이는 종류별 주요 인기 제품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드 캔디에서는 성인 타깃의 제품인 애니타임과 목캔디가 베스트셀링 상품이다. 껌 시장에서는 운전할 때 잠깨는 용도가 큰 자일리톨이 1위다. 아이들 시장이 축소되면서 기능성이 큰 성인 시장 제품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커진 것이다. 소프트 캔디는 그래도 마이쮸나 말랑카우 같은 젊은 타깃의 제품이 여전히 인기다.

초콜릿도 ‘킨더 초콜릿’ 같은 아이들 타킷의 초콜릿이 여전히 많지만 시장의 중심은 2030세대에 쏠려있다. 특히,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시장이 커지면서 초콜릿 시장은 제과 회사들보다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나 고디바와 같은 고급 초콜릿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젤리 시장의 성장은 달라진 캔디 주 소비층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니치 마켓에 불과했던 젤리 시장은 최근 껌 시장보다 커졌다. 젤리는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구매력이 좋은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먹을 수 있고, 초콜릿이나 사탕보다는 다이어트 부담이 덜한 젤리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어른들은 대개 특정 시대 캔디 제품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필자에겐 새콤달콤과 마이구미가 그렇다. 우리 부모님들에게는 연양갱과 밀크카라멜이 그런 제품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어렸을 적 강렬하게 먹고 싶었으나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필자의 아이에게는 아마도 ‘마이쮸’나 ‘하리보’가 추억의 캔디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아이 숫자를 보면서 ‘아이들을 위한 캔디’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글 : 이덕주 기자(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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