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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R시장의

다양성을 기대한다

최근 HMR 시장은 계속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개식화(Solo-Dining)’ 현상과 온라인 구매의 활성화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10끼 중 3.9끼를 혼자 먹고, 혼자 식사할 때 HMR 소비가 41%로 가장 높았고, 온라인 경로를 통해 HMR을 구매한 경험률은 2017년 36.5%에서 2018년 44.5%로 8%p 증가했는데 이것은 약 158만 가구가 신규로 유입된 것이다. (식품저널 2019.02.11.)

이런 HMR시장의 성장에는 편의성과 효율성이 큰 역할을 했다. 오랜 시간 조리해야 하거나, 조리 과정이 복잡한 것, 음식물 쓰레기가 많은 것 등은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사먹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이런 음식을 시작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사먹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가정의 냉장고에 보관된 반찬이나 식재료가 단순해져 반찬이 없어도 먹을 수 있는 ‘원밀(One-Meal)형’ 메뉴의 인기도 높아졌다. 심지어 한 가족이 다 같이 식사를 할 때에도 같은 음식을 차려놓고 다 같이 먹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의 음식을 따로 먹을 수 있는 형태로까지 바뀐 것이다.

사실 어린이 때와 성장기일 때 그리고 성인일 때는 각자 영양요구량도 다르고, 감각 수용체의 민감도도 달라서 입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과거에는 각각의 입맛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어머니가 차려준 대로 음식을 먹어야 했고, 음식의 기준은 아버지의 취향인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1~2인 가구가 늘었고 설혹 식구가 많더라도 같은 시간에 같은 메뉴로 식사할 가능성도 많이 줄어들었다. 많은 식구가 같이 먹을 때는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던 메뉴도 먹다보면 익숙해지고 좋아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가 많이 줄어든 셈이다.

각자의 취향이 존중을 받는다면 메뉴와 식재료는 훨씬 다양해져야 할 것 같은데 실제 식당의 메뉴와 식재료는 놀랍도록 단순화되고 있다. 예전에 지방을 여행하면 지역마다 음식과 식재료가 달랐는데 지금은 식당의 메뉴로는 도대체 어느 지역을 여행하는지 모를 만큼 메뉴와 맛을 비슷해져 버렸다. 식재료도 과거에는 토란, 아욱,두릅, 쑥, 기장, 수수 등은 흔한 식재료였지만 지금은 1년에 한번 맛보기도 힘들다. 대부분의 농작물은 사라지고 옥수수만 남은 황량한 지구의 모습을 그린 영화 ‘인터스텔라’의 모습이 사실은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작물은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것이다. 그래서 생산성에서 다른 작물을 압도하여 다양성이 줄고 있다. 고작 12종의 작물과 5종의 가축이 인간이 소비하는 칼로리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이다. 곡류만 해도 지난 40년간 옥수수, 쌀, 밀의 생산량은 세계적으로 3~4배가 늘었지만 수수, 기장, 귀리, 호밀, 메밀 등은 생산량이 오히려 줄었다. 3대 품목에 대한 의존성이 훨씬 늘어난 것이다.

최근 급성장하는 HMR에 아쉬움이 있다면 편의성과 효율성은 극대화되고 있지만 다양성의 확보에는 별로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은 시장이 성장기라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신제품이 나오고 없던 메뉴가 등장하지만 그만큼 식당이나 집에서 했던 요리를 대체한 것이고, 각각 집집마다 달랐던 식재료와 음식의 스타일을 가장 가성비 높고 인기 있는 스타일로 획일화 시키는 것이라 다양성의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추세면 결국에는 규모를 확보한 회사의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고 규모가 커질수록 독특한 식재료와 맛보다는 가성비 높고 거부감이 적은 재료로 단순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양성이 줄어들면 식재료의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별로 재미없는 시장이 되고 만다.

한편 온라인과 결합한 HMR은 식품과 식재료의 다양성의 숨통을 틔워줄 결정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롱테일 시장을 만들어 각자의 취향이 존중받고 식재료도 풍성해지는 것이다. 갈수록 책이 안 팔린다고 아우성이지만 그래도 출판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편이었고, 1년에 8만 종이 넘는 신간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편이다. 만약에 온라인 시장이 없이 모든 책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린다면 진열공간에 한계가 있어서 지금 같은 다양성은 없을 것이다. 많이 팔리는 책만 진열되고, 무명의 작가나 인기 없는 책은 아애 출간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온라인은 진열공간이 무한하여 일 년에 몇 권 안 팔리는 소외된 책도 그것을 모두 합하면 상위 20%의 베스트셀러들의 매출을 능가하여 판매자에게 이익을 주고 책을 만드는 사람에게 일단 시장에 도전해볼 통로를 제공한다.

지금은 한 식탁에서 한 가지 메뉴를 같이 먹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더구나 온라인은 무한한 선택을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식품에서 그 가능성이 별로 실현되지 않았다. 대중성 있는 것이 더 잘 팔리는 역할이 아직 많다. 영화나 유튜브는 몇 가지 영화(영상)만 보고나면 자신의 취향을 귀신같이 파악해서 취향에 맞는 것을 추천하여 소비자를 사로잡는 서비스가 인기인데 식품에는 그런 서비스가 없는 것이다. 일반화된 맛집 리스트가 있지 개인 맞춤형 맛집 추천은 없는 것이다. 취향존중에 따른 다양성의 확보에는 발전의 여지가 많은 것이다. 다양한 식재료가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식재료의 특성을 쉽고 간명하게 알려주는 서비스가 필요한 데 아직 그런 것이 없다. 딸기를 선택하면 품종별 감미, 산미, 물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자신의 취향의 품종을 고를 수 있고, 먹어보지 않는 품종에도 흥미를 가질 수 있을 텐데 아직 마땅한 그런 서비스가 없다. 그러니 그런 식재료가 결합한 식품의 풍미 특성을 명쾌하게 비교하여 보여주고 소비자의 취향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등장하기는 당장은 힘들 것 같다. 이 부분에 많은 지원과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

제품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워낙 기업들이 잘하는 것이라 공공의 기관의 역할은 다양성의 확보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식재료와 식품별 특성을 좀 더 쉽게 비교하고 알 수 있게 해주면 소비자는 좀 더 자신의 취향에 적합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유튜브의 먹방도 새로운 식재료의 소개에 좋은 통로가 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 음식은 다양해지고 재미있어질 것이다. 그래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각자의 역할이 생기고 상생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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